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저마다의 색과 향, 맛과 소리, 그리고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느덧 6월, 소나기를 머금은 잿빛 구름, 귓가에 맴도는 매미소리, 촉촉하게 젖은
대지의 청량함과 따가운 햇살의 나른함. 우리는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여름의 절정으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기도 하지만, 코끝을 감도는 향긋한 과일향과 입안에 퍼지는
감미로운 달콤함을 통해 때때로 좀더 일찍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곤 한다.

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자연 스스로 길러낸 제철과일만큼 그 계절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든 6월, 이 계절이 빚어낸 달콤한 참외 향기를 따라 경북 성주에 위치한
꽃장 270호 성주참외농장을 방문하였다.

서울에서 3시간 반, 성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길 양편으로 끝없이 이어진 비닐하우스의 물결이다. 달리 참외특구일까,
살며시 들여다본 하우스 안쪽마다 무성한 초록 덩굴 사이로
노란 참외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창 참외를 수확할 시기임에도 햇살 좋은 정오, 마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낮 동안 하우스의 온도는
50도가 넘어가기 때문에 참외 농사를 짓는 분들은 해가 저문 저녁부터
새벽까지 참외를 수확한다고 한다. 하우스 앞에만 서도 그 후끈한
열기에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는데, 한여름에는 해가
저물어도 그 열기가 쉬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나란히 자리잡은 하우스 사이로 발길을 재촉하면, 그 길의 끝에서 반가운 얼굴,
성주참외농장의 주인장 박증자님과 송두선님, 그리고 김상희님을 만날 수 있다.
아마 이 세 분 중 우리 꽃마주민분들에게 가장 친숙한 얼굴은 가게주인 사진에서
노란 참외를 양손에 쥐고 다정스레 껴안은 박증자님과 김상희님일 것이다.

사진에서 보아온 다정한 그 모습에 두 분이 분명 어머니와 딸일 거라고 확신했는데,
알고 보니 김상희님은 둘째 며느리로 집이 대구이지만 이틀에 한번 성주로 찾아와
농장일을 돕고 꽃마주민들에게 참외 보내는 일을 담당하신다고 한다.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도 유독 맛 좋은 참외가 나오기로 유명하다는 초전면,
이곳 토박이로 젊은 시절 뭇 처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셨다는 송두선님과
윗마을에서 지프타고 시집오셨다는 박증자님, 여든이 되어가는 할아버님과
할머님께선 두 분의 인생에서 절반이 넘는 시간을 참외 농사를 일구며
오손도손 지내오셨고, 시부모님의 맛있는 참외를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김상희님께서 꽃마의 문을 두드린 것이 작년 봄,
이제 꽃마는 매년 봄부터 여름이면 달콤한 참외 향기가 감돌고 있다.

두 분에겐 늘 변함없는 일상, 자식보다 더 눈에 잘 보이는 참외를
서울촌사람들은 하나같이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니 송두선님과
박증자님께선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재미있으셨나 보다.
암꽃과 수꽃도 꺾어와 바로 눈앞에 놓고 설명해주셨으니 말이다.
초록 덩굴 사이로 노란 참외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참외구나 하고 낼름 깎아먹을 줄만 알던
서울촌사람들에게 두 분의 참외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참외가 참외 모종만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호박 모종과 접붙여서 길러주어야 제대로 열매가 맺히고,
한번 심으면 초봄에서 늦가을까지 부지런히 열매를 맺고,
참외하면 금싸라기만 알았는데 성주에선 금싸라기는
재배하지 않는 품종이라는 말씀, 그리고 오복이 다섯가지 복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금싸라기처럼 참외 품종의 하나를 의미한다는
말씀 등, 작은 열매 하나가 품은 사연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특히 참외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거나 씨는 먹으면 안된다는
속설에 대해서는아니라고 고개를 저으셨다. 참외에도 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옛날 유통과정이 원활하지 않았을 때는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참외의 씨 부분이 상해서 그걸 먹고탈난
사람들이 있어 씨를 먹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위험이 없으니,변비에도 좋은 그 달콤함을 놓치지 말라고 하셨다.
더욱이 최근 성주에선 참외씨로 기름을 짜고 음료를 만들고 다양한
특산물을 생산하고 있다니 말이다.

많이 알려진대로 성주는 참외 농사에 있어 천혜의 땅이다.
토질이 좋고 수자원이 풍부하며, 소우지역이라 일조량이 높아 당도가 높고, 무엇보다 자연재해가 없다는 점이 이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조건이 완벽하더라도 항상 맛있는 참외가 맺히는 것은 아니다.
매해 맛있는 참외를 수확하신 두 분만의 비법은 다름이 아니라 40년 가까운
오랜 세월, 늘 처음처럼 농사를 지어오셨다는 것이었다.

10채가 넘는 하우스를 두 분이서 재배에서 수확까지 손수 다 하시려면 힘드실 법도 하건만,
비료를 많이 쓰면 참외가 물러진다고, 직접 기르시는 한우 우리의 거름을 발효시켜 여기에
톱밥, 짚, 한약재 등을 섞은 퇴비를 사용하고, 어린 참외가 제초제를 빨아먹을까
걱정돼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다 제거하시는 정성이 없었더라면,
자연은 분명 결실을 맺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정성 들여 재배한 참외를 '달걀 다루듯이 색시 다루듯이' 살살 다뤄달라
택배를 보낼 때마다 당부하시지만, 때때로 참외가 깨져서 도착했단 연락을 받을 땐
그렇게 안타까우실 수가 없다고 한다. 상품 가치가 없어 바로 버리게 되는
못난이 참외도 잘 자라진 못했지만 열매 맺어준 게 고마워 한 입 베어 먹고
버린다는 정 많은 두 분이시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그렇기에 송두선님과 박증자님, 그리고 김상희님께선 고이 보낸 참외가 잘 도착해
꽃마주민들이 맛있게 드시기만을 바란다고 하셨다. 그리고 참외를 맛있게 먹기 위한
간단한 방법을 하나 알려주셨는데 도착하자마자 먹지 말고 하루 정도는 신문지나 봉지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먹으면 한결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참외를 맛볼 수 있다고 하셨다.

얼마 전 할아버님께선 뒷산에서 소 여물을 베어 지게에 싣고 내려오다 미끄러져 목을 다치셨고,
할머님께선 허리에 이상이 생겨 수술까지 받으셨다고 한다. 연세도 있으신 만큼 조금은 부지런을
덜고 편한 길로 가셔도 좋으련만, 두 분은 앞으로 언제까지 참외 농사를 하게 될 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앞으로도 살아갈 거라 말씀하셨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참외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고, 외지로 나간 자녀들에게 보내줄 쌀이며,
콩,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일구실 거라 말이다.

분명 두 분도 좀더 편한 길이 있음을 모르시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 신념을 꺾지 않고 정직한 농사꾼으로 살아온 두 분의 모습이 한층
인상 깊었다. 아직 두 분이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나이지만, 언젠가 먼 훗날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앞으로도 살아갈 거란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있을까.

서울로 올라오는 길,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송두선님과 박증자님, 김상희의 미소에선
마을 뒤 가야산처럼 넉넉하고 그리운 따스함이 느껴졌다.

2009/06/03 17:02 2009/06/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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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은주 2009/06/04 06:50  삭제  댓글쓰기

    노오란 참외가 군침도네요.연세가 많이 높으신데 고생들이 많으십니다.꽃마를 믿지만 아직은 인터넷에서 먹거릴 살때마다 의심들때가 많은데 두분을 보니 믿고 싶어지네요:D 수고하시고 두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2. 성주참외농장 2009/06/04 08:00  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믿을수있는 먹거리를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

  3. 김정애 2009/06/04 15:03  삭제  댓글쓰기

    저도 서울촌사람이라 먹는 것만 알았지 저렇게 고생하시는줄 몰랐네요.다치신건 괜찮으세요?자식들을 위해 다른 농사도 계속하신다는 말씀에 매년 고추장이며 된장이며 바리바리 싸보내시는 친정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네요.부모님 맘은 다 똑같은가 봐요.몸 축나지 않게 조심들하셔요.

  4. 성주참외농장 2009/06/04 21:54  삭제  댓글쓰기

    걱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 간직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5. 장옥현 2009/06/05 21:38  삭제  댓글쓰기

    오늘 향기로운 맛난 참외 잘 받았고, 맛나게 먹고 있답니다.
    제가 젤로 좋아하는 과일이 참외인지라 해마다 참외를 박스로 사다 먹었는데 이제 마음놓고 주문할 곳이 생겼어요. 든든합니다.
    두 분 어르신,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6. 성주참외농장 2009/06/06 14:54  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좋은공기 맑은물을 먹고사니 늘 건강합니다.
    고객님도 늘 건겅하시고 저희 참외농장 많이 이용해주세요

  7. 송귀영 2009/06/08 14:07  삭제  댓글쓰기

    제 고향 어르신들이라 깜짝 놀랐습니다.두분 건강하신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가끔씩 찾아가는 친정동네인데...자제분들도 잘 지내시죠?
    늘 건강하시구 행복하세요.

  8. 성주참외농장 2009/06/09 17:30  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 이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9. 송준관 2009/06/12 10:54  삭제  댓글쓰기

    두분을 보니 더욱 믿음이 가는군요
    맛있는참외 많이 구입하고싶네요
    건강 하세요.

  10. 성주참외농장 2009/06/18 09:35  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맛있고 믿을수있는 먹거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11. 박재웅 2009/07/01 09:27  삭제  댓글쓰기

    송두선씨 박증자씨
    황신의 박재웅이요 오늘화면에 누나가 나와서 유심히보고
    농사하느라고 얼마나 고생이많으시요 4월달에도 누나네 짚앞에
    갔었은는데 주무시는가 않나오더라구요 부디 건강하시고
    번영을 바랍니다 올여름에 한번 만나도록 합시다.
    웅아 로부터

  12. 박재웅 2009/07/01 09:29  삭제  댓글쓰기

    누나 반가워
    웅아가 보냅니다
    올여름에 꼭한번보자구요

  13. 성주참외농장 2009/07/01 17:04  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어머님께서 올여름엔 꼭 보자시네요..
    더운데 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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