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여행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굳이 고민할 것도, 애써 찾을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일단 신호가 오는 데도 모른 척하게되면, 나의 경우에는 조금씩 깊어지는 어떤 침체의 수렁에 빠지는것 같다.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럴 때는 그냥 떠날 일이다.망설일 것 없이 간단한 짐 꾸려 나설 일이다. 그러고 나면 다음 일들은 자연스럽게 흐르게끔 되어 있다.
아침편지에서 주관한 <바이칼 명상여행>은 몽골의 울란바타르를 거쳐 그곳에서 1박하고 몽골 박물관 등 유적지를 돌아본 후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숲을 지나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이후 바이칼 알혼섬과 자작나무 숲 명상을 하고 다시 거꾸로 되짚어오는 7박 8일의 일정이다.
인생이 기차여행과 같다는 말이 있다. 승차권 한 장 손에 쥐고 떠나가는 기차여행, 한번 승차하고 나면 앞으로 줄기차게 나아갈 뿐 되돌리지도 멈추지도 못하는 기차 같은 것.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꼬박 25시간을 기차 안에 갇혀있다 보니 비로소 그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 몽골에서 울란바타르 행 열차에 오르고 나서는 낭만열차에 오른 것처럼 모두 들떠 환호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석양이 지고 밖이 어두워 오자 모두 조용해졌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고 새벽에 이르자 열차가 마치 감옥과도 같이 느껴졌다. 밖을 내다 보면 온통 깜깜한 어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모습만이 차창에 나타났다. 아무리 갑갑하다고 포기하고 뛰쳐나갈 수는 없는 일, 머잖아 날이 밝으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는.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삶의 보따리에서 이야기 꾸러미를 풀어내기 시작하였던 것이.
동행한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지루함을 없애기 시작하자 나이의 차이도 지워지고 직업도 지워지고 성도 지워져 누구라도 친구가 되었다가 마침내 내가 상대방이 되고 상대방이 내가 되어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명상의 시작임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이면 차창 밖이 조금씩 밝아져 온다.
바이칼은 담수를 간직한 호수지만 너무도 광대하여 거대한 바다와 같다. 그 큰 바다가 겨울이면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꽁꽁 얼어버린다. 스스로의 몸을 결박해버리고 겨울수행에 들어가 침묵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안에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름을 느낀다. 그 두꺼운 얼음 안에 깨어지고 부스러진 상처가 투명하게 죄다 보인다. 찢어진 상처를 보는 순간,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살아온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엉엉 울어버리게 된다.
가장 깊다는 수심 1600미터의 지점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얼음이 아무리 두껍다고 해도 1미터도 되지 않을 테니 나는 깊은 바다 위 나뭇잎 위에 떠있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한 순간에 얼음이 갈라져버린다면 무서움이 온 몸에 좍 퍼졌다가 조금씩 다시 뜨거워진다. 몸이 나뭇잎이 되어 물위에 떠 있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존재이거늘.
신은 인간에게 자연이라는 큰 책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그 책은 여행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책이다. 그러니 여행을 위해 굳이 책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자연이라는 책장을 넘기면서 철학을 읽기도 하고 소설이나 시를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대륙횡단열차는 소설이고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과 바이칼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별 밤,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을 거닐다 보면 온 몸을 통해 울려오는 뽀드득 소리에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된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픈 사연을 담고 살아 가슴에 미움과 아픔이 가득한 사람일지라도 하얗게 지워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위대한 예술작품을 접했을 때 이는 감동이 우리를 뜨겁게 안아 치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이 만든 예술작품에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신이 지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접할 때야 오죽하랴.
바이칼에 다녀온 이후 나는 여행을 신비스러운 마술과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쉼 없이 내 마음의 안과 밖을 넘나들고 아주 오래 전의 기억으로부터 앞으로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어우러졌다가는 정렬되고 합쳐지는가 하면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그 신묘한 조화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그렇게 자유로이 흐르며 공존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해지는 것인지, 여행의 신비라고 할 밖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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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신비라고 할 밖에는...이란 마지막 말이
이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는듯 싶네요!!
바이칼에 꼭 가보고 싶네요~^^
받아주셔서감사함니다
저는초년생이라잘몰겠슴니다
신영길님오랜만에 네이버에서도 뵙네요,,아름다운바이칼을 묘사하시고 여행에서
얻어지는삶의새로운 에너지를 얻지요 ,,공감대를느낍니다
앞으로도 더많은 ,,아니 더 시야갸 넚은곳을 다니시면서 당신을 기다리는애독자들
에게 더많은 글을 올려주시면 감사감사하겠읍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곳 이었는데 여행 비용은 얼마나 할까요!